아일랜드 드라마 '숨은 주연'은 갤러리… 성숙한 응원 문화 빛났다

입력 2018-06-24 17:44  

비씨카드·한경 레이디스컵 2018 - 폐막

세심한 배려 돋보였던 관중들
무더위, 경기 일시 지연됐는데도
불만 한 번 안 터뜨리며 응원
박지영은 갤러리 덕분에 공 찾아

오감으로 즐긴 '골프 축제'
푸드트럭에서 피자 맛보고
선글라스·골프공 저렴하게 쇼핑
꽝없는 행운의 룰렛서 선물도
"가족과 함께 즐기다 갑니다"



[ 최진석/이선우 기자 ]
“저쪽 도로에 공이 있어요. 건드리지 않도록 조심하세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비씨카드·한경 레이디스컵 2018’ 최종 4라운드 경기가 열린 24일 경기 안산시 대부도 아일랜드CC(파72·6596야드). 18번홀(파5) 그린 쪽에서 티잉그라운드로 걸어오던 갤러리 3~4명이 마주 오는 사람들을 향해 소리쳤다. 이 공은 박지영(22·CJ)이 티샷한 공으로 티잉그라운드에서는 보이지 않는 지점에 있었다. 갤러리들 덕분에 공 위치를 확인한 박지영은 러프에 공을 드롭한 뒤 두 번째 샷으로 그린에 올렸고 버디를 잡아냈다.

1번홀(파4)에선 경기 지연 상황이 발생했다. 이 홀에서 티샷을 한 배선우(24·삼천리)가 공을 찾지 못해 다시 티잉그라운드로 돌아와 티샷을 했기 때문이다. 배선우 다음 조는 최혜진 박채윤 이승현 등이 포함된 챔피언조였다. 이들의 티샷을 기다리던 갤러리들은 배선우가 두 번째 티샷을 하고 난 뒤 필드로 나갈 때까지 15분 이상을 기다려야 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불만을 터뜨리는 갤러리는 한 명도 없었다. 오히려 티샷 후 페어웨이로 나서는 배선우를 향해 ‘파이팅!’하며 응원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왔다.

나흘간 열린 비씨카드·한경 레이디스컵 2018에서는 선수들의 뜨거운 우승 경쟁과 함께 한층 성숙해진 갤러리 문화를 확인할 수 있었다. 갤러리들은 응원할 때도 다른 선수 경기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살피는 등 세심하게 배려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대회장은 갤러리 퍼팅대회와 유소년 체험 프로그램, 갤러리 플라자, 푸드트럭 등 다양한 이벤트와 즐길거리가 마련돼 참가자들의 ‘오감’을 만족시켰다.

푸드트럭, 행운의 룰렛, 체험행사까지

갤러리들은 대회장 입구에 마련된 갤러리 플라자에서 즐거운 축제를 시작했다. 가장 먼저 맞은 건 미스터피자가 운영하는 푸드트럭이었다. 수원에서 온 김지훈 씨는 “피자가 들고 다니기 좋은 크기여서 가족과 함께 돌아다니면서 먹으려 한다”며 “골프공과 장갑, 선글라스 등 다양한 골프용품을 저렴하게 판매해 쇼핑도 했다”고 말했다.

골프용품업체 매트로가 개발한 스윙 연습기 ‘스윙 바로’ 부스에도 사람들이 북적였다. 스윙 바로는 TV에 연결하면 집에서 스크린 골프를 칠 수 있는 장비다. 부스에서 만난 장웅 매트로 마케팅팀 차장은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가족, 친구들과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스크린 골프 게임”이라며 “샷 분석 결과도 정확해 체험해 본 사람들의 반응이 좋다”고 소개했다. 한국경제신문사 부스에서 마련한 행운의 룰렛 앞에는 긴 줄이 늘어섰다. 룰렛을 돌리면 결과에 따라 음료와 물티슈, 팝콘 등 다양한 상품을 주는 이벤트가 마련됐다. 서울 잠실에서 온 박현정 씨는 “꽝이 없어 어떤 선물이든 받아갈 수 있어 기분이 좋았다”며 “남편을 따라 처음 왔는데 경기 외에 다양한 즐길거리가 있어 놀랐다”고 말했다.

‘갤러리 꿈나무’들도 응원 나서

이번 대회에선 유소년 골프 저변 확대를 위한 의미 있는 프로그램도 열렸다.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가 주최하는 키즈골프캠프에 참가한 충청·호남지역 초등학생 38명이 비씨카드·한경 레이디스컵 대회장을 방문한 것이다. 23~24일 1박2일로 진행된 이번 캠프는 골프 선수가 아니라 일반 학생이 대상이었다. KLPGA 정규투어 갤러리 체험 및 마셜 체험 등의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학생들은 전날 직접 만든 ‘에티켓 보드’를 들고 선수들이 1번홀에서 티샷할 때 갤러리들의 정숙한 분위기 조성에 앞장섰다. 지난 23일에는 프로골퍼들에게 일일 골프 레슨을 받기도 했다. 충남 아산에서 온 홍민희 씨는 “아이 아빠가 골프를 좋아해 이번 골프캠프에 같이 참여하게 됐다”며 “평소 쉽게 해볼 수 없는 대회와 골프를 체험해 아빠와 아이가 함께 골프를 즐길 좋은 기회가 된 것 같아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아일랜드CC=최진석/이선우 기자 isk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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